좋은 인연들과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참 좋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 속엔 슬픔. 힘듦. 고뇌. 좌절. 기쁨. 행복 전부 다 존재한다. 과연 이런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인연은 나의 인생에 몇이나 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냥 이 모든 사소한 것들. 자그마한 것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감사한 하루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해야 하는 무의미한 대화들을 하며 정신적 건강만 피로해지는 것보단 난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인생관인 것 같다. -캐나다에 지내며 적은 수많은 메모 중 하나이다. 평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도 꽤나 있었지만 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말할 수 있는 그런 친구는 아직 만나지 못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누군가에게 시시콜콜한 말은 하고 싶지만 할 상대가 없어 나라는 사람과 수다를 떠는 기록이라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물론 지금까지도 말이다. 2017년 3월 9일, 현 남자친구와 문자를 하다 문득 감사함을 느껴 아이폰 메모장에 급히 적었던 따뜻하고 소소했던 기록이 지금의 ireheri (아이리해리) 존재목적의 중심이 되었다. 만 20살.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갔다. 패션 비즈니스 전공으로 칼리지를 다니던 때. 매일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서 옷을 사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스럽고, 항상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나라는 사람이 너무 지루하고. 그래서 난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미니멀 클래식 디자인의 실용성 있는 옷을 적게 구입하고 디테일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이 비슷비슷해 보이는 룩이지만, 주얼리 아이템을 통해 나만의 센스와 취향을 드러냄과 동시 그날 그날의 기분을 냈다. 관종이지만 또 너무 주목받는 관심은 싫은. 무리 속에서 튀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 나 센스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스타일. 학교 겨울 방학 시절,토론토의 겨울은 춥고 길다. 무엇보다 밖에서 재밌게 놀 거리가 한국처럼 없다. 심심했던 어느 날, 액세서리 재료를 사와 집에서 귀걸이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던 테슬 이어링. 만들고 나니 뿌듯해서 귀걸이를 착용하고 다운타운을 놀러나간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리테일,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분이 귀걸이가 이쁘다며 나에게 칭찬을 건넸다. 토론토에서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며.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혹시 이곳에서 팔지 않아보겠냐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그것이 기회가 되어 귀걸이를 여러 개 더 만들고 겨울방학 동안 그 가게에서 팔며 소소한 용돈을 벌었었다. 이를 계기로, 나도 언젠간 나만의 가게를 가져야지 하는 꿈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나 계획은 없었다. 학교 졸업 후. 몇 개월 동안 그곳 리테일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운이 좋게도 패션회사에 곧 취업을 했다. 캐나다 패션 필드에서 성공한 보스 밑에서 1년 반 정도 일하며 이쪽 분야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업무를 배우며 기필코 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확신을 키워나갔다. 캐나다 비자가 완료가 됨으로써 총 6년 동안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나는 브랜드란 닮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인간관계가 필요한 것보다 진짜 내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의미가 있는 것처럼. 수많은 스타일의 제품이 있더라도 남들과 똑같은 혹은 따라 하는 브랜드가 아닌. 내 취향을 반영해주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제품을 만들고, 아무도 따라 할 수 없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감성으로, 제품 뿐만이 아닌 나와 같은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분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했다.
